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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고나서 가장 크게 느낀건 슬픔
슬픔의 이유는 두가지인데
1. 보는 내내 계급 차이가 너무 확연한 현실을 자꾸만 상기하게 해서
2. 천재다 나는 저렇게 못하겠지 하는 현실을 상기하게 해서 ㅋㅋ
오랜만에 생각할 영화본다 하면서 잘 감상한 것과 별개로 자꾸 현실주의자 살림꾼의 자아가 튀어나와서 불-편
건장한 성인 4명이 막노동을 뛰어도 될걸 왜 저러고 암것도 안하면서 저런곳에서 지지리 궁상을 떨고있나(상류층이 보는 서민의 꼴이겠군? 뭐야~왜 저렇게 구질하게 살아~?빵이없으면 케익을 먹지)
성인과 미성년자인데 저러고 키스를 하고 자빠졌나
아니 주인집에서 저렇게 술판을 벌이면 어떡해~~~술판 난거 테이블 밑으로 막 치울땐 아니 저거 어케치워~~냄새날건데~~~
그러다 아 이렇게 보는게 아니군하고 정신차렸다.
송강호 가족의 집이 아주 안 좋게 묘사되지만 대비를 위한 설정일 뿐 대부분의 서민을 의미한 것 같음.
과외, 기사, 가정부 모두 극히 평범한 직업.
극단적으로 좋은 집과 안 좋은 집을 대비시켜놨지만 계층 피라미드에 대한 상징으로 보였음.
온 가족이 그 집에 들어간 이후로는 '집주인'vs'기생충'이 대두되는 느낌이었음
(아메리칸 인디언이라는 요소도 '집주인'과 관련되어 있음 미국인들에게 땅을 빼앗겼으니)
두 기생충 가족이 부딪히는 장면은 남북한 상황을 비유한 듯. 웃기기도 씁쓸하기도. '전송'버튼이 비핵화인거지. 핵으로 협박하며 손들고 있으라고 시키기도 하고 왔다리 갔다리 몸싸움 했다가 주도권이 왔다갔다.
모든것이 상징이며 대사 하나하나 영화 어디선가에서 그대로 재현됨. 최우식이 습관적으로 '상징적이네' 했던것도 상징을 생각하며 보라는 메시지 같았음.
'요즘세상에도 결핵에 걸려요?'
요즘세상에 기생충이 어디있음 황당한 엽기뉴스 식으로 가끔 나오지만 약한번 먹으면 끝나는걸..
초반에는 기생충이 의기양양하다가 물에 쓸려가고는 무기력해짐
근데 '바퀴벌레 같'다더니 또 쓸려가도 바퀴벌레처럼 살아남는다.
밑으로 밑으로 끝없이 내려가는게 참 씁쓸
근데 그와중에 물이 폭포처럼 흐른는데 낙수효과라는 말이 떠올랐음
낙수효과 낙수효과 하지만 그 물은 사실 서민들 집 다 쓸어감
체육관 바닥에 누워서 대사 칠땐 503 생각남
물이 서서히 차오르고 수재민이 되어 체육관에 누워있는 장면들 때문에 더욱.
집주인 모르게 사고 쳐놓고 흔적은 지하에 묻어놓고 '이제 어떡할거냐''계획 없다'
'계획 해봐야 다 이뤄지지 않는다'
아들이 다 책임지겠다 했지만 못 했고
딸도 나한테 집중하라 했지만 못 했고
사모님 처음엔 순진하고 유약하게 나왔는데 사모님 태도는 내내 변하지 않지만
후반부 갈수록 권력차가 극명히 보임
파티준비하는 장면에서 특히
이선균의 '냄새난다'는 말을 들은 이후인데
그 다음부터 송강호 표정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체념한 듯 보인걸로 보아 현실을 직시한게 아닌가 싶음
즐거워 보일만큼 주인 부부 속여먹고 집주인인양 행세하다가
그래봐야 집주인은 될 수 없고 그들과의 차이가 이만큼이라고 깨달은 것 같음
기생충이 칼들고 난동부리는데 죽어나가는건 집주인이 아니라 같은 기생충
제일 먼저 죽어나가는건 어린 여자
너 냄새난다 하는게 상당히 모욕적이며 상징적인 욕이라고 보는데
이 대사를 친 사람은 없지만 코를 틀어막으며 계속 욕을하고 있는거지
반지하에 살아서 그 냄새를 어쩔수도 없는데 너 반지하 냄새난다고
서민이 욕도 아닌데 서민보고 너 서민같다 욕하면 그 모욕적인 의미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건데 빡이 쳐 안쳐
코 틀어막고 나서 칼 맞는 부분이 영화의 핵심같았다.
상징적이라 조금은 비현실적인 묘사가 많았지만 그만큼 더 현실을 돋보이게 해 줬다. 극명한 대비가 나를 슬프게 만들었음.
나도 이들과 다를바 없는 처지인데, 그들 관점에서는 나도 기생충(대중, 개돼지, 중요하지 않은 다수의 서민들)으로 생각하겠지. 하지만 영화 마무리를 보면 봉감독의 의견은 그들과는 반대인 듯. 그들 눈엔 바퀴벌레(기생충)으로 보이겠지만 아무리 쓸어내려도 쓸려가지 않고 사실은 집주인처럼 계속 살아남는것이 서민
어디선 좌빨영화라고 욕한다더니 비인간적인 계급구조를 비판하는 휴머니즘과 좌빨도 구분을 못하는 박대가리들이라 그런가 봄
봉준호 영화 몇개 안 봤는데 거의 다 상징 때려넣은 계급에 대한 우화 같다. 관심이 가서 하나씩 봐야겠음. 설국열차도 다시 보고.
설정이야 누구나 할 수 있고 상징도 누구나 할 수 있는건데 이렇게 고-급스럽게 매끄럽게 한다는게 참 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