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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라의 유령 로얄 알버트홀 25주년 기념공연
    음악, 공연 2013. 10. 28. 01:08

    아직 시내의 개인 극장이 철거되기 전이었을때, 사촌과 함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러 찾아갔다가 난 나의 운명의 작품과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살던도시엔 하울 상영관이 없었고, 꿩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선택하게 된것이다.

    나는 애초의 목적을 이루지못해 굉장히 심술이 난상태였고, 당연히 영화엔 손톱만큼의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많은 감동 드라마에서 보듯이 입을 삐죽이며 객석에 앉아있던 관객은 주인공의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치게 되는데.. 영화를보고 '반한다'는 개념을 처음 느꼈던 그순간. 나의 공연예술로의 취향을 처음 깨달았던 때였을 것이다.

    그렇게 영화를 푹 빠져서 본것은 생에 처음이었고,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도 전율은 끝날줄을 몰랐다. 그 후 ost를 어떻게든 구해 넘버는 수십번씩 반복해 듣고 디비디도 사고 그에 딸려온 포스터도 방에 붙여놓고 할정도로 광팬을 자청했지만,

    모든 버닝이 그러하듯이 점점 사그라지고, 그 이후로 포스터는 찢어지고, 디비디조차 잃어버려버렸다.

     

    조금 더 머리가 크고나서 본 영화는 음악싱크가 안맞으며 천사같았던 여주는 발연기에 왕자님이 따로없었던 라울은...또르르......였지만,

    그래도 그당시 think of me를 볼때 느꼈던 전율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렇게 '처음'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의 원 뮤지컬을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팬텀은 돌연변이로 얼굴한쪽이 일그러진 채로 태어나 그를 낳아준 어머니에게 조차 사랑을 받지 못하고 버려지게 된다. 그러나 신은 공평하다고 했던가, 외모는 '괴물'일지라도 그는 학문, 음악, 건축등 모든 분야를 통틀어 엄청난 천재였다. 그런 그는 한 유랑극단의 우리안에 갇혀 괴물로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된다. 이를 마담 쥐리가 보게되고, 그 괴물의 탈출을 도와 파리의 오페라 극장 지하에서 살도록 도와준다.

     

    끔찍한 외모 때문에 사람들과의 교류는 꿈도 꾸지 못한채, 자신의 천재성을 이용하여 점점 타인을 배척하고,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려 하고.. 살인마저 저지른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그는 고독 그 자체 였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다가와 준것은 자신을 음악의 천사라 불러준 크리스틴. 팬텀은 뛰어난 목소리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크리스틴은 팬텀을 단지 천사나 스승으로만 생각했지만 인간관계에 서툰 그가 가끔씩 보여주는 심연의 어둠에 그를 무서워하게된다. 이젠 그를 천사가 아닌 유령이라 칭하는 크리스틴.

     

    팬텀은 자신의 모든 음악을 크리스틴에게 주었기에,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크리스틴을 소유하고자 한다. 라울을 볼모로 잡고 비겁한 방법으로 자신을 선택하게 하지만, 결국 크리스틴을 보내준다. 크리스틴은 팬텀의 깊숙한 고독을 엿보았기 때문에,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 선택은 그녀의 진심이었을것이다. 그녀는 라울도 사랑하지만 팬텀도 인간으로서 연민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팬텀이 그런 크리스틴의 마음을 깨달았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도 온전한 악한은 아니었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행복한 삶을 살수있도록 보내주는 것이다.

     


    크리스틴을 보내준후, 홀로남아 자신이 설계했을 원숭이 오르골을 켜놓고 가면무도회의 노래를 부르는 팬텀. 그의 진심을 볼수있었던 '오페라의 유령'의 핵심 장면이라 생각한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치장을 하고 밝고 웅장한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과 즐겁게 춤을추는 그 가면무도회를 가슴깊이 동경했던 것이다. 팬텀은 자신이 지닌 천재성을 버려서라도 그 무리에 섞이고 싶었던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꿈으로의 한걸음이었던 크리스틴과의 삶은 그의 별명인 괴물이나 유령만큼 그가 모질지 못했기에 날려 보내야만 했을것이다.

     

    그는 그렇게 그가 사람들 앞에 나타나던 방식처럼, 조용히 사라져 버린다. 영화에선 세월이 흐른후 크리스틴의 묘석위에 정체모를 검은리본의 장미가 놓여있는 것으로 팬텀의 존재를 보여준다.

     

    뮤지컬로 오페라의 유령을 보며 가장 크게 와닿았던것은, 어릴적엔 이해할 수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감정이었다.

    역시 조금 자라고 봐서 그런지 공백 사이사이에 있는 그들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것 같았다. 팬텀을 자꾸 따라가는 크리스틴, 그리고 the point of no return 을 부를때 눈물을 흘리던 라울의 감정 그리고 팬텀의 존재 자체. 크리스틴은 라울과 얼른 결혼하면 될것이지 왜 팬텀을 자꾸 따라가는 것이며 라울은 왜 그렇게 괴물에게 질투심을 느끼는것인가 또 경찰이 얼른 팬텀을 잡아가면 될텐데 왜 저렇게 당하고만 있나 등등 조금 어린뇌로는 이해 불가능한것이었을지도.

     

    지금보다 더 세월이 흐른 후에 오페라의 유령을 다시 보면 크리스틴의 think of me 도 아닌, 팬텀의 masquerade도 아닌 어떤 다른 부분에서 전율을 느끼겠지.

     

    2012/07/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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